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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 꼭 요란할 필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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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6-02-10 01:14 조회5,0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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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헬기에서 내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염상국 경호실장(왼쪽).

지난 5월 중순, 제2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미리 광주에 도착한 대통령경호실 선발팀원들은 긴장의 끈을 한시도 놓을 수 없었다. 핵심경호안전구역을 설정하고 정밀안전검측을 하면서 경호의 허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을 분주히 진행했다. 심지어 행사 전날엔 추모탑 꼭대기에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물질을 탐색하는 경호헬기를 동원하기도 했다. 물론 행사장 출입증이 없는 추모객들을 위해 추모관 앞에 대형 LED 스크린과 의자 500여 개를 설치하기도 했다. 경호안전과 국민친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경호실의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선발경호 활동을 거쳐 행사가 시작되자 경호원들 사이에선 무전기와 함께 눈빛·손짓으로 빈번한 소통이 이뤄졌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각종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선발경호의 핵심. 일부 명망가는 X-Ray 통과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예외는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해요소까지 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행사장에서 경호안전 상태는 끝까지 유지됐다. 3일가량 튼실한 경호안전 어망을 만들었던 선발팀은 대형 버스에 올라 철수를 시작했다. 그들의 품에는 땀에 전 경호계획서가 들어 있었다.

경호실이 달라지고 있다. 5·16쿠데타에 성공한 뒤 박정희 소장 옆에서 기념촬영을 했던 ‘혁명주역’ 차지철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던 대통령경호실이 국민친화적인 경호로 탈권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생활편의 최대한 고려

박용석 대통령경호실 홍보팀장은 “대통령경호실은 3공화국이던 지난 1963년 12월, 정부 독립조직으로 창설한 이후 수많은 정치사적 곡절을 겪어왔다”며 “하지만 문민정부 때부터 경호가 그야말로 국민 편의를 제공하는 데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참여정부 들어서는 국민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그래서 대통령님뿐만 아니라 국민도 같은 반열에 놓고 고민하는 경호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통령경호실의 경호 패턴은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지역에 파견되는 선발경호팀에 의해 그 지역이 일률적으로 진공상태에 이르렀다면 최근엔 선택적 진공상태, 한마디로 주민들의 생활편리를 중심에 두고 최소한의 경호망을 구축하는 형세를 띠고 있다.

청계천복원 행사 때 모습도 그 한 예다. 행사를 앞두고 대통령경호실에서는 청계천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영업을 보장하면서 효율적인 경호망을 구축하는 것에 오랜 논의와 작전을 구상했다. 과거 같았으면 일률적으로 상인들을 철수시켰을 테지만 안전구역(세이프존)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최소한의 시간만 잠시 영업을 중지토록 하자는 것이었다. 선발팀에서 5년간 활동했던 한 경호원은 “당시 영업하는 분은 서울시에서 당일 영업이 힘들 것이라는 공지를 받고 포기했다가 놀라더라”며 “국민 친화적이면서도 우리 목적을 달성한 경호로, 사실 일이 더 번거롭고 힘들지만 그것이 선진 경호라는 신념은 확고하다”고 전했다.
 

보이지 않는 경호도 경호실이 추구하는 기법이다. 보디가드를 연상시키는 검은 양복차림의 경호원 모습이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3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하는 동안 경호실의 한 요원이 2루심을 가장해 경호를 하기도 했다. 티 안 내고 투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2루수였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의 경호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기본권에 제한을 받거나 침해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방침이 확고한 분”이라는 박 팀장은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을 더 자유롭게 만나고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교통통제도 최소화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경호임무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통령경호실은 법령에 의해 대통령(당선자·권한대행 포함)과 그 배우자 등 가족, 퇴임 후 7년 이내의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및 가족, 방한하는 외국의 국가원수 또는 행정수반과 그 배우자 등의 경호를 담당하고 있다.

“뇌와 근육을 개발하는 매력직업”

보안상 공개되지는 않지만 현재 경호실 경호요원은 300명 정도. 과거에는 군 장교 출신이 많았지만 1990년대 들어 여러 분야에서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유도, 태권도, 특공무술을 합쳐 7~10단 정도의 유단자. 군사정권 때만 해도 ‘출신성분’이 중요해 월북가족이나 반체제 인사와 관련해 ‘연좌제’가 있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 같은 제도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호실 인사 담당자에 따르면 “입사과정에서 일반 회사처럼 병적 요인을 제외한 자격제한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서류심사와 체력검사 외에도 4단계의 면접을 통해 경호수행능력, 타인을 설득하는 논리력, 영어실력 등을 검증하고 임무의 특성상 인성검사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대학가에서도 대통령 경호원이 “두뇌와 근육을 함께 움직이고 개발할 수 있는 매력적 직업”이라며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 5월에 진행한 공채도 7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를 보면 2005년 부산APEC 당시 미디어지원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대학생, 몇 년째 ‘경호실 재수’ 중인 여성 유단자, 27세라는 지원 가능 나이 제한 완화를 실현시킨 후 회사를 휴직하고 준비한 30대 등이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경호실의 경호능력은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002년 한·일월드컵,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굵직한 행사를 치러내면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호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인정하는 대통령경호기관이 바로 우리나라다. 이런 국제적 평판에 따라 대통령경호실은 ‘경호외교’의 중심기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선진 경호기법을 통해 외교관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경호책임자협회(APPS) 제8차 회의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경호실이 크게 주목받았다. 경호실 주대준 차장이 대표단장으로 참가해 ‘국제정상회의 경호모델’을 발표하자 회원들의 호평이 쏟아진 것. 이 경호모델은 이전까지 경호안전의 특성상 보안이라는 이유로 문서로 공식화하지 않았던 내용을 체계화한 것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경호기법 수출


경호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경호 하면 보디가드처럼 경호대형을 이뤄 이동하는 것만 떠올리는데 수행경호뿐만 아니라 행사장 사전 경호활동, 폭발물 검측 기능 등 위험요소 제거, 돌발사태에 대한 대처, 위해 기도자의 위치와 거리 등 기하학에다 기상학까지 고려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라며 “우리 경호실은 대규모 국제회의 등에서 이 같은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15일에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호주, 헝가리, 일본 등에서 온 관계자를 대상으로 ‘첨단 IT경호의 미래를 살핀다’는 국제 워크숍을 개최해 차세대 3차원 입체정보기술의 흐름을 진단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근 국빈 방문이 늘고 있는데도 경호 관련 교육시설은 열악하고 경호장비도 턱없이 부족한 캄보디아 경호요원들을 불러들여 경호기법을 전수했고, 중동 3개국 왕실경호대와 교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 왕실경호대 요원 22명이 6월 25일부터 7월 13일까지 3주 동안 대통령경호실에서 위탁교육을 받는다

지난 3월, 염상국 실장이 새롭게 내부 발탁되면서 대통령경호실은 더욱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경호실 최초의 내부 승진을 통해 경호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열린 경호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다. 월드컵통제부장, APEC경호안전통제실장을 하며 25년간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과 함께 최첨단 경호기법 개발을 통한 국민 친화적 경호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뒷받침됐다.

염상국 실장은 지난 6월 20일 있었던 ‘대통령경호실 비전 2013을 위한 핵심가치 선포식’에서 “완벽한 경호안전, 신뢰의 조직문화, 창조적 미래전략, 존경받는 리더십과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경호실의 핵심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경호실 창설 50주년인 2013년까지 ‘월드베스트 경호기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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